2012/07/15 01:56

가을방학, 김재훈 -여배우 음악을 듣다



어느 3월의 주말에
친구로부터 한 여자를 소개받기로 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이따금씩 작은 영화에 나온다는 그녀

궁금증을 못 참고서
그녀를 담은 작품을 몇편인가 찾아낸다
늦은 밤 턱을 괴고
나와는 별 인연이 없던 세상을 본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무릎을 안은 채 웅크린다
마치 영화관에 처음 갔을 때처럼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눈 여겨 보게 된다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러다 툭 멈춘다

아 모르는 사람을 본다는 것이
이리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
난 내 손톱을 뜯으며 시계를 본다
마치 오디션장에 가는 것처럼

어느 3월의 주말에
그녀는 내게 정말 말씀 많이 들었다면서
묘한 웃음을 짓고
갑자기 내 얼굴에 눈부신 조명이 비춘다




사실 정바비가 음악을 다루는 역량에 대해서는 신뢰하고 있지만
그의 가사에는 늘 의구심이 있었다. 높은 확률로 그의 가사는 '횡설수설'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는 참 좋다. 
서사가 명확하게 녹아있는 반면 가사로 연상되는 화면의 톤은 '토이 카메라'의 그것처럼 빛과 노이즈가 좀 과한 뿌연 따뜻함이다.
김재훈과의 협업으로 실내악 분위기를 입혔는데 앨범으로 들으니 그것도 맘에 들고.
장마철 집에서 하루 종일 무한 반복 중.
그리고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계피' 목소리는 안 좋아하기 어렵지 않을까.
차가운 커피 말고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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