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에 있던 하이퍼텍 나다는 사실 극장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열악했다. 한 면이 유리창이어서, 커튼으로 빛을 막아야 겨우 상영이 가능했고 의자의 편리함이나 음향도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의 작은 영화관 중에서 나는 하이퍼텍 나다가 가장 좋았다. 대학로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다 보면 유리창이 닫히고 영화가 시작되는 느낌이 좋았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이 영화보다 더 서사적이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정관한 이후로는 다시 열 생각을 안 한다. 그 이후에는 씨네큐브를 자주 갔지만, 어쨌든 작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가장 기억나는건 하이퍼텍 나다. 사진은 싸이월드에 올린 2007년에 사진을 가져왔다. 나의 첫 카메라였던 루믹스로 찍은 사진.
8년 전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원스'를 봤다. 그 때는 이 보다 좋은 영화를 내 생애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이후 훨씬 좋은 영화는 일년에도 한 편 씩 꼭 나왔다. 어쨌든 그래도 그 때 내 코 끝을 흔들던 선선한 바람과, 방황하던 20대 초반의 치기와, 술이 달콤하던 할 일 없는 날들이 한 번에 생각나는 건 그래, 하이퍼텍 나다 때문이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