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4 21:24

하이퍼텍 나다 하루의 문장

  대학로에 있던 하이퍼텍 나다는 사실 극장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열악했다. 한 면이 유리창이어서, 커튼으로 빛을 막아야 겨우 상영이 가능했고 의자의 편리함이나 음향도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의 작은 영화관 중에서 나는 하이퍼텍 나다가 가장 좋았다. 대학로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다 보면 유리창이 닫히고 영화가 시작되는 느낌이 좋았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이 영화보다 더 서사적이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정관한 이후로는 다시 열 생각을 안 한다. 그 이후에는 씨네큐브를 자주 갔지만, 어쨌든 작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가장 기억나는건 하이퍼텍 나다. 사진은 싸이월드에 올린 2007년에 사진을 가져왔다. 나의 첫 카메라였던 루믹스로 찍은 사진. 

  8년 전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원스'를 봤다. 그 때는 이 보다 좋은 영화를 내 생애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이후 훨씬 좋은 영화는 일년에도 한 편 씩 꼭 나왔다. 어쨌든 그래도 그 때 내 코 끝을 흔들던 선선한 바람과, 방황하던 20대 초반의 치기와, 술이 달콤하던 할 일 없는 날들이 한 번에 생각나는 건 그래, 하이퍼텍 나다 때문이다.  

덧글

  • 2015/09/15 15:5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제도화 2015/09/16 17:18 #

    수정 완료 이제 보일겁니다 ㅋㅋ
  • 2015/09/23 19:2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제도화 2015/09/24 20:05 #

    그러게 썸이란 단어도 그 때는 없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다 없다 이런거였네 ㅋㅋㅋㅋ
    원스 지금보면 근데 약간 오글거릴듯... 노래가 좋아서 본거지 뭐 ㅋㅋ
  • 철이 2016/03/28 12:43 # 삭제 답글

    아 정말 격하게 공감가는 글이군요. 정말 그랬어요. 옛날 사람들이 압생트를 마셨던건 그 술의 맛 자체보다 술 잔위에 특유의 스푼, 그리고 그 위에 설탕을 얹고 물을 섞는 그 과정이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는데..그것과 같은 마음으로 하이퍼텍나다를 최애했는데.. ㅎㅎ 오랜만에 네이버카페에 가보니 음악은 예전의 것 그대로 흐르는데 아직 문도 그때 그대로 닫혀있네요. ㅜ.
  • 제도화 2016/03/30 22:05 #

    네 다시 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시 갈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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