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3 11:02

육아휴직-3(아빠가 어린이집 등하원을 한다는 건)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내, 오래된 몇몇 친구들과만 교류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식당 주문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타고난 성격이다. 바꾸지도 못하고 바꿀 필요도 없다. 모두가 사교적이고 외향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게다가 사람들에게 친절한 것과 사교적인 건 전혀 다른 영역의 능력이다. 친절한 사람은 되고 싶지만 사교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직장어린이집(정확히는 청사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도 휴직 전에는 등하원을 전담하지 못했다. 아내가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에 근무하기도 했지만 잦은 출장, 조출, 야근 등이 겹친 나의 직장 생활은 등하원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무실 창문에서도 보이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도 등하원을 전담하지 못하는 직장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한심하다.) 그리고 그땐 몰랐다. 등하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일인지를.

 먼저 등원. 그래도 등원은 좀 수월하다. 아이를 깨우고 옷을 입혀 차를 태우고 어린이집 정문의 원감 선생님에게 인도하면 내 역할은 끝이다. 어린이집 가는 길 차에서 아이와 약간의 이야기, 이를테면 오늘은 언제 데리러 갈지, 저녁은 뭐 먹고 싶은지 등 소소한 소통만 능숙하게 하면 된다. 이런 소통은 오히려 즐거움에 가깝다.

 문제는 하원이다. 보통 4~5시 사이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는 아이가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소상하게 말씀하시는데 사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이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어른의 말로 아이의 생활을 이해할수 없다는 평소 생각 때문인지 멋적게 웃다가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아이에게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시킨다. 그리고는 바로 집에 가면 좋으련만, 불문율처럼 아이는 어린이집 내 놀이터에서 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하원 후 놀이터에는 항상 비슷한 시간 비슷한 아이들이 있고, 어머니들은 서로 소소한 일상이나 어린이집 생활에 관한 작은 대화를 나누신다. 그러면 나는? 이 때도 멋적게 웃으며 어머니들에게 인사를 하고 한 구석에 서 있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탄 버스 만큼 어색하다. 괜히 핸드폰이나 보고, 그네나 밀어주고, 아이들에게 달콤한 젤리나 나눠준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 집에 가자..’ 그러면 아이는 ‘싫어~~’ 하며 도망간다.

 가끔 아내가 하원을 하면 어머니들과 놀이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러면 항상 같은 말들을 하신다고, ‘요즘 아버님이 자주 오시더라고요~’. 나는 이제야 아이 친구들 이름과 얼굴도 겨우 외웠는데 어머님들 얼굴은 도저히 매칭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알고 있고 보고 있다. 불편하다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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